어항이 횡해지기 시작했다
2016년 11월 말에 마지막으로 번식을 시켰는데, 그 때 키워낸 치어가 37마리였다. 물벼룩 배양을 안하고 키웠던 터라, 성장이 너무 느려서 낭패를 겪었던 기억이 지금도 난다. 반년이 넘도록 암수구분이 안되는 개체들이 여럿 있었다.
작년은 개체수도 많고, 바쁘기도 해서 번식을 걸렀다. 근데, 계획에 없던 녀석들이 태어나서 몇 마리는 성어로 자랐다.
재작년에 짝짓기를 했던 암컷이 몸속에 보관하고 있던 정자로 잊어버릴만 하면 한번씩 치어를 쥐어 짜냈다. 난감하게시리.
그렇게 태어난 녀석들은 따로 꺼내지 않고 냅뒀더니 대부분 성어에게 잡아먹히고 서너 마리 정도 살아남았다.
그런 계획에 없던 출산이 작년 10월 말까지 계속 됐으니, 짝짓기한 암컷은 대략 1년까지는 유정란 생산이 가능하다는 경험을 얻었다.
그렇게 유지되던 어항에서 노쇠한 구피들이 하나 둘 노환으로 세상을 뜨기 시작하니, 어느 날 어항이 꽤 횡해 보인다. 암컷 숫자를 세어보니 대략 10마리 선. 바글바글해서 정신 없던 수조가 언제 저렇게 횡해졌나 싶었다.
어미 선별
지난 번엔 모자이크 암컷을 남탕에 넣어서 번식을 시켰으니, 이번은 노멀 타입의 암컷을 넣어야 할 차례다. 그래서, 노멀 암컷 한마리와 혹시나 싶어서 마지막으로 남은 옐로우 암컷도 남탕으로 입수 시켰다.
옐로우 계열의 늙은 구피 ♀
올 초인가 저 암컷과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엄청 나이든 옐로우 수컷을 짝을 지어서 번식 수조에 합사를 시켰었는데,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수컷이 맘에 들지 않았던지 한 달이 넘도록 교미를 거부하고 수컷을 끝까지 밀어내더라. 틀렸다 싶어서 포기 했었는데, 그 후로 알배가 찬 모습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 나이 탓이지 않을까 싶었다. 내 기억에 최소 4살은 된거 같은 아주 늙은 개체라.
옐로우 계열의 늙은 구피 ♀
옐로우 개체들이 절멸 위기라 유영이 시원찮을 정도로 노령임에도 혹시나 싶어서 남탕에 넣어봤더니, 어라? 2주 쯤 지나니 알배가 차오르는 게 눈에 보인다. 배가 제법 불러와서 노멀 암컷은 여탕으로 돌려보냈다. 그렇게 며칠 지나니, 옐로우 암컷이 치어를 낳아놨더라.
여탕으로 돌아간 노멀 암컷도 배가 제법 불렀었는데, 여탕엔 치어가 한 마리도 안보이는 걸로 봐선 노멀은 실패인가 보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두 마리가 쏟아내면 정말 너무 많다)
낚였네, 너무 많아;;
이 녀석이 내게 "내 나이가 어때서" 이런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다.
출산 첫 날, 눈 대중으로 서른 마리 정도로 보여서 이 정도면 아주 적당하다 싶었다. 헌데 다음 날, 분리 시키면서 세어보니 56마리나 된다. 쿵...
2018년 8월 4일생 구피 치어
숫자를 세면서 치어를 건져내던 중에 카톡이 몇 개 와서 흐름이 좀 끊겼었다. 그렇게 세어낸 게 63마리. 헉...
내 눈대중의 엄청난 오차에 좌절을 했다. 어딜 봐서 저게 60여마리로 보인단 말인가.
사진을 찍어서 다시 세어보니 정확히 56마리다. 7마리 어디갔니? ㅋㅋ
56마리도 너무 많다. 한 동안은 어항 속이 바글 바글 하겠구나.
아빠는 누군지 몰라요
생후 2일된 구피 치어
내가 구피를 번식시키는 방법은 이렇다.
평소엔 수조 2개를 남탕 여탕으로 구분해서 암컷과 수컷을 분리해서 키우다가, 번식이 필요한 때가 되면 빵(?)이 좋은 암컷을 남탕으로 넣어준다. 그러면서 수컷들 사이에서 엄청 시달리다가 결국엔 다양한 핏줄의 자식들을 낳게 된다.
수컷은 입이 작아서 낳은 치어들을 잡아먹지 못하니, 실패확율 제로에 가까운 고효율의 방법이다. 헌데, 가끔은 그 부작용으로 이렇게 너무 많은 치어가 생산되기도 한다. 다 늙어서 오늘 내일하는 암컷 한 마리가 한방에 60마리 가까이 낳을 줄은 정말 상상치 못했다.
그 녀석은 제 유전자를 남기고 갔을까?
3살 정도로 (올 초에 번식에 실패했던) 아주 늙은 옐로우 수컷 한마리도 참 오래 오래 살다가 얼마 전에 용왕님 품으로 돌아갔다. 암컷을 합사시킨 후에 죽었는데, 그 사이에 짝짓기에 성공해서 녀석의 유전자를 남겼는지 무척 궁금하다.
그래야 온전한 옐로우 개체들이 남겨져서 대를 이을 수 있을텐데...
변수 '조카'
평상시 같으면 치어가 태어날 무렵에 맞춰서 물벼룩을 미리 생산해 놓는데, 이번은 '조카'라는 변수 때문에 아직 물벼룩 배양통을 세팅할지 말지 결정하지 못했다.
조카가 거의 매일 집에 오는데, 이제 갓 18개월이라 사리분간을 못한다. 물벼룩 배양통에 손을 집어넣어서 휘저을 그림이 딱 그려져서 아직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ㅎㅎ '조카'님이 어찌나 영특한지 '지지'라고 하지 말라는건, 사람 놀리는 재미로 눈치를 슬슬보면서 꿋꿋히 즐기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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