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생활

물벼룩 배양통 세팅 방법

epician 2017. 8. 3. 09:00

한동안 물벼룩 배양을 접었었는데, 배양통을 새로 세팅해야 할 상황이 됐습니다.
올 초에 이런저런 사정으로 바쁜 탓에 물벼룩 배양없이 치어를 키워봤더니 성장이 느려도 너무 느리네요.

물벼룩을 먹이면서 치어를 키울 때는 70일만에 암수구분 모두 끝내고 번식수조를 비웠는데, 물벼룩 없이 키워보니 암수구분이 완전히 끝나기까지 무려 180일이 걸립니다. 후자가 치어 숫자가 조금 더 많긴 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약 2달과 6달은 정말 엄청난 차이.

물벼룩 없이 키워낸 개체들이 이제 곧 9개월령에 접어드는데 여전히 작습니다.
속전속결, 후다닥 키워내서 암수구분되면 남탕, 여탕으로 나눠 넣어버리는게 그나마 편한 방법 같습니다.

물벼룩 배양통 세팅도 다시 할 겸, 간혹 궁금해하는 분들이 계셔서 제가 배양통 세팅하는 방법을 정리해봅니다.

1. 물벼룩 채집

물벼룩 배양을 하려면 먼저 물벼룩을 잡아와야겠죠. 가끔 수족관에서 생먹이로 팔기도 하니 사실 분들은 사시고요.
채집은 주로 논에 가면 100%. 근처에 논이 없으면 공원의 연못이나 개울, 하천의 유속 느린 지점이나 하천변 물웅덩이를 들여다보면 찾을 수 있습니다. 폼은 안나지만 ㅎㅎ 쪼그려 앉아서 물 속을 유심히 들여다 보면 모래보다 작은 것들이 톡톡톡 튀어다니니까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야간에는 후레쉬 불빛을 비춰주면 밝은 곳으로 후다닥 모여듭니다. 야간에 채집하셔도 됩니다.

계절별로는 봄엔 개구리가 알 낳는 물웅덩이엔 거의 100% 있고요. 여름엔 물 대어진 논 아무대나 찾아가면 거의 100%, 가을엔 추수 끝난 논 가운데 물이 고여있는 곳을 찾아가면 거의 100%, 겨울엔 논에서 마른 표토를 살짝 걷어내고 촉촉한 흙을 한줌 퍼와서 묵은 물을 붓고 실내에 두면 내구란(알)에서 부화하는 물벼룩을 만날 수 있습니다.

[참고]

겨울철 물벼룩 채집방법 http://epician.tistory.com/154

이렇게 친절하게 채집 시기별 포인트를 알려드렸으니 오히려 못찾는게 더 힘들거에요. ㅋㅋ

2. 채집된 물벼룩 초기 배양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물. 저는 보통 물갈이 할 때, 수온만 맞춘 수돗물에 염소중화제를 풀어넣고 물갈이를 합니다. 물고기는 물론 민감한 새우류까지도 안전한 방법이지요.

단, 물벼룩은 염소중화제 풀었던 물에서도 죽어버립니다. 그만큼 화학약품, 수돗물에 미량 남아 있는 염소 등에 정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반드시 물벼룩에게 쓸 물은 3~4일 이상 받아뒀던 수돗물이나 수조에서 물갈이하면서 빼낸 묵은물을 써야 안전합니다.

정수기물은? 중공사막 필터 방식의 정수기 물도 써도 되는데, 별로 좋진 않습니다. 미네랄(무기질)이 많이 걸러진 물이라 물벼룩의 성장에 별로 좋진 않습니다. 또, 필터 갈은 지가 오래되어 염소제거가 시원찮게 되는 정수기의 경우엔 한방에 몰살시킬 수도 있으니 처음 쓸 때는 주의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역삼투압방식의 멤브레인 필터 정수기는 거의 모든 미네랄을 걸러내버린 증류수와 비슷한 물이라 물벼룩이나 물고기 키우는데 안좋습니다. 역삼투압방식 정수기물은 무조건 쓰지 마세요.

작은 투명컵에 담긴 물벼룩작은 컵에 담긴 물벼룩

초기 배양은 큰 배양통 보다는 500cc 정도의 작은 컵에서 시작해서 먹이를 조금씩 주면서 차츰차츰 늘렸가는 게 좋습니다. 초보자의 경우, 몰살을 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두 개 정도로 나누는 것도 좋고요.

3. 먹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먹이 종류가 이스트(효모)나 요구르트(유산균) 종류인데, 이런 종류의 먹이는 과다투입하면 엄청난 슬러지(미생물 덩어리)가 생깁니다. 이 상태에서 더 심각해지면 한꺼번에 몰살이고요.

가장 좋은 먹이는 생녹조인데, 이것도 배양 노하우가 필요한 것이라 ㅎㅎ 하여튼 알아는 두세요. 먹이원 중에 가장 좋은건 생녹조. 그 다음으로 많이 쓰는 먹이가 냉동녹조(냉동클로렐라), 스피루리나 분말(역시 녹조류), PSB, E.M., 미숫가루 등입니다.

PSB나 E.M.은 살아있는 미생물인데, 많이 투여해도 탈이 없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습니다. 성장도 괜찮은 편이고요.
저는 여러 먹이를 써보다가 최종적으로 냉동녹조와 E.M.으로 정착했습니다. E.M.은 쌀뜨물에 종균을 접종해서 배양하면 되는데, 무척 쉽습니다. 배양법은 관련 사이트 찾아보면 나와요.

어떤 먹이든 간에 최소량으로 시작해서 알맞는 투여량은 본인이 직접 체득하셔야 합니다. 먹이가 부족하면 번식도 느리고, 내구란 달고 있는 개체들이 많아집니다. 반대로 먹이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물상태가 금새 안좋아지니 어느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지 배양하다보면 자연스레 체득하게 됩니다.

4. 청소부 영입

무슨 먹이를 넣던 간에 배양통 내부의 부영양화는 막을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배양통 내부에 슬러지(미생물 덩어리)가 끼기 시작합니다. 이게 그냥 미끌거리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물벼룩이 거기 엉겨붙어서 죽습니다. 그래서, 이 슬러지를 청소해줄 청소부가 필요합니다. 새우류나 물달팽이, 우렁이류가 많이 쓰이는데, 저는 우렁이 강추. 반드시 토종 우렁이로~

논우렁이나 강우렁이(왜우렁이) 등 토종우렁이면 아무거나 괜찮습니다. 슬러지 제거는 확실하게 되거든요. 새우류는 수온, 수질에 민감하기 때문에 관리에 애로가 조금 있습니다.

우렁이의 또다른 장점이 뭐냐면 얘네들이 수질에 민감해서 수질이 안좋아지면 뚜껑을 닫고 움직이질 않습니다. 우렁이가 2~3일 정도 움직임이 없다 싶으면 물 상태가 많이 안좋은 것이니 즉시 환수. 청소부겸 살아 있는 수질 센서!

강우렁이강우렁이

다만, 논이나 논주변 하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외래종인 왕우렁이는 좋지 않습니다. 활동성이 지나치게 좋아서 배양통 밖으로 잘 나옵니다. 토종우렁이도 가끔 배양통 밖으로 나오기도 하는데, 왕우렁이 보다는 훨씬 덜해요.

여기서 팁 하나. 우렁이 암수 구분법 ㅎㅎ

작은 투명통에 담긴 강우렁이 5마리강우렁이 암수구분

우렁이 오른쪽 더듬이가 동그랗게 말려 있는게 숫놈입니다. 저게 수컷 생식기로 변형된 더듬이입니다. 암컷은 양쪽 다 곧게 펴져 있습니다.

5. 배양통 세팅

배양통으로 유리 수조를 쓰는 분들이 있던데, 그건 들고다니면서 청소하기 무척 어렵습니다. 플라스틱통을 쓰세요. 대형 채집통도 좋고요. 김치통이나 리빙박스 종류도 좋습니다.

물이 담긴 플라스틱 통물벼룩 배양통

배양통 바닥에는 산호사나 굴껍질을 깔아줘야 합니다. 그런게 없으면 계란 껍질로 대체 가능. 계란껍질은 안의 난막을 제거하는게 좋아요. 난막이 있는 채로 넣으면 나중에 슬러지랑 뒤엉켜서 안좋습니다. 산호사, 굴껍질, 계란껍질 이런건 왜 까느냐면, 우렁이 패각(껍데기) 보호용입니다. 좁은 배양통에 여러 마리가 있다보면 무기질 고갈로 패각이 쉽게 녹아서 구멍이 뚫립니다. 계란껍질이라도 넣어줘야 거기서 녹아나오는 무기질 성분 덕에 패각이 녹아버리는 문제를 막을 수 있습니다.

물이 담긴 물벼룩 배양용 플라스틱 통물벼룩 배양통

배양통은 바닥에 콩돌 넣고 기포기를 연결해 줍니다. 폭기를 해서 산소공급을 해줘야 우렁이도 살 수 있고, 먹이가 바닥으로 침전되는 것도 막을 수 있습니다. 폭기하는 배양통과 안하는 배양통의 증식속도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납니다. 가끔 간식으로 줄만한 양이면 폭기 안하고 키워도 되는데, 치어 먹이원으로 쓸만한 양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려면 콩돌 넣어서 폭기 해줘야 합니다.

6. 정밀한 초기 선별

초보자들이 하는 가장 큰 실수죠. 채집해온 물벼룩을 배양통에 바로 넣어버리거나, 작은 컵에서 초기배양해서 숫자만 늘린 다음에 본 배양통에 쏟아부어 버리는 것.

외부에서 물벼룩을 채집해오면 그 물에 별게 다 있습니다. 실지렁이류, 쓸모 없는 조개물벼룩류, 수서곤충 유충이나 물달팽이 치패 심지어 거머리 유생이 딸려오기도 합니다. 수서곤충 유충 정도는 배양 중간 중간 잡아낼 수 있다고 쳐도, 조개물벼룩이 섞여 들여가면 정말 답이 없습니다. 물고기들이 잘 먹지도 않는 이 불필요한 조개물벼룩이 어느 순간 배양통을 점령해버립니다. 조개물벼룩인줄 모르고 혹은 알면서도 물고기들이 먹겠거니 싶어서 물고기들 수조에 넣었다간 정말 답이 안나오는 상황이 될 수도 있어요. ㅎㅎ

조개물벼룩은 물고기가 잘 먹지 않습니다. 특히나 새우류만 있는 수조에 들어갔다간 엄청나게 번식을 해대는 통에 미관상 정말 안좋습니다. 이것들이 사이클을 가지고 폭풍번식을 하는데, 약간 시들했다가 다시 폭번하는 상황을 무한반복. ㅎㅎ 이러면 수조 엎어서 박박 씻어내고 리셋하는 것 외엔 정말 답이 없습니다. 조개물벼룩은 저얼대~~ 한마리도 들어가선 안됩니다.

외부에서 채집해와서 초기 배양컵에 넣을 때도 물벼룩 외의 것은 최대한 걸러내는 것이 좋고, 초기 배양을 마치고 배양통에 넣을 때도 확 부어버리기 보다는 밝은 조명 아래에서 스포이드로 물벼룩만 골라내서 넣는 게 좋습니다. 어떤식으로 증식시키던 초기선별은 정말 중요합니다.

행여라도 조개물벼룩이 배양통에 보인다 싶으면 물벼룩만 몇 마리 따로 골라놓고 배양통 엎어버리고 다시 시작하는 게 낫습니다. 조개물벼룩은 퍼지기 시작하면 정말 노답.

7. 폭풍증식 방법

치어 먹이로 쓸거면 소형종인 모이나 물벼룩이 좋습니다. 논에 가면 정말 쉽게 찾을 수 있는 종인데, 여름철 고수온기에 폭풍증식을 합니다. 크기도 작아서 치어 먹이용으로 딱 좋습니다.

[참고]

폭풍증식한 배양통 모습 http://epician.tistory.com/121

물벼룩 배양엔 딱히 정답이 없더라고요. 먹이를 과다하게 넣어서 전멸 시키는 경험을 몇 번씩 하다보면, 자연스레 본인만의 배양 프로세스가 만들어집니다. 물고기보다 키우기 어려운 게 새우나 수초, 그것보다 더 키우기 어려운 게 물벼룩 아닐까 싶습니다. 일단 배양하기 번잡하기도 하고, 노하우 쌓는데 시간도 조금 걸립니다.

이것저것 해보는 것 외엔 정답이 없습니다. 폭탄도 가끔씩 맞아가며 ㅎㅎ 즐겁게 물생활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