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텐팬(스테인리스 프라이팬) 써보세요. 좋아요~~

epician 2019. 4. 29. 01:03

최근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을 처음 써보게 됐는데, 이에 대한 흥미진진한(?) 소감을 한번 써볼까 한다.

영어 발음에 최대한 가깝게 스테인리스라고 표기했는데, 흔히들 스댕, 스탠, 스텐레스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표기야 어떻든 간에 현대의 주방도구 재질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이 아닐까 싶다. 냄비부터 숟가락, 젓가락까지.

동생이 코팅 프라이팬 안좋다는 얘길 여러 번 했었는데, 난 "대충 좀 하고 살자. 뭐 그런 거까지 신경 쓰고 사냐.." 라는 생각에 그냥 흘려듣고 말았다. 그러다, 어느 날 어머니가 "우리도 스테인리스 프라이팬 하나 사볼까?" 넌지시 말씀하시길래, 바로 하나 주문했다. (엄마말 잘 듣는 착한 아들 ㅋㅋ)

이제부터 스테인리스 팬에 대한 내 사용소감을 쭈욱 나열해 볼까 한다.

세척

보통 코팅 프라이팬(이하 코팅팬)은 처음 구입하고 나면 부드러운 수세미에 주방세제를 묻혀서 한번 헹궈내고 쓴다. 사실, 코팅팬은 빡빡 문지르면 코팅이 벗겨지기 때문에 세척을 거칠게 해선 안된다.

반면,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이하 스텐팬)은 초기 세척을 저렇게 대충 했다간 난리가 난다. 스테인리스 식기는 가공과정에서 표면을 다듬는 연마과정을 거치는데, 소비자가 최종 구입하는 제품은 그 연마과정에서 사용했던 연마제와 연마된 결과물인 쇳가루가 완전히 제거된 상태가 아니다. 따라서, (제품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긴 하나)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서 초기 세척을 해줘야 한다.

예를 들어보기 위해 구매후기 중에 세척과 관련된 것을 하나 퍼왔다. 검게 가린 부분은 제품명과 사용자 성함이다.

초기 세척을 잘못해서 멘붕을 겪은 소비자

스텐팬 초기 세척방법으로 여러 방법이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게 부드러운 수세미에 세제와 식초를 1:1 비율로 섞어서 여러 번 닦아내는 것이다. 다 됐다고 생각되면 물기를 대충 닦아내고 식용유를 조금 뿌려서 흰색 키친타월로 박박 문질러 보자. 시커먼 연마 찌꺼기가 안 묻어 나와야 다 끝난 거다.

표면이 평평한 팬은 이 방법으로 잘 되는데, 표면이 엠보싱 처리된 팬은 구조 탓에 잘 닦이지 앉는다. 이럴 땐, 식초 반 컵에서 한 컵, 베이킹 소다 역시 같은 양을 넣고, 물을 넘치지 않을 정도로 80~90% 정도 채운 뒤 팔팔 끓여준다. 끓이다 보면 물색깔이 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하니 너무 일찍 끝내지 말고, 끓기 시작하면 10~15분 정도는 계속 끓이자.

다 끓이고 나면 물을 비워내고 잠깐 식힌 후에 세제와 베이킹 소다를 섞어서 부드러운 수세미로 여러 번 닦아낸다. 최종 확인은 첫 번째 방법처럼 식용유를 조금 뿌려서 흰색 키친타월에 닦아내 보면 된다.

단점, 겁나 눌어붙어!

코팅팬은 대충 써도 눌어붙고 그런 게 없지만, 스텐팬은 대충 쓰면 정말 처참하게 눌어붙는다. ㅎㅎ 사용법에 대한 감이 잡히기 전엔 이런 멘붕을 겪는 게 당연하다.

눌러붙어서 멘붕은 경험한 어느 소비자의 후기

예열하고 사용해도 눌어붙더라는 다른 소비자의 후기도 한번 살펴보자.

예열도 소용없더라는 다른 소비자의 후기

스텐팬을 장만하고 처음 해본 게 김치볶음밥이었다. 예열해서 김치 볶다가, 참치 넣고 한참 더 볶아주고, 밥을 넣어서 열심히 비벼주다 잠깐 다른 것 하느라고 휘젓는 걸 멈췄더니 그 짧은 순간에 밥이 바닥에 눌어붙었더라. 이때 느낀 첫 소감이 "스텐팬 쉽지 않군. 볶음밥은 코팅팬에~~"

며칠 뒤, 예열을 잘해야 한다는 어느 글을 보고 가장 어렵다는 달걀 프라이에 도전해 봤다.
결과는? 정말 뜯어내기도 어려울 정도로 처참하게 눌어붙었다. 예열을 했는데 왜 이럴까? 나도 그래서 저 위의 후기를 남긴 분들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된다. ㅎㅎ

올바른 예열 방법

가스레인지에 올린 팬을 중간 불로 2분 정도 가열한다. 이때 기름은 넣지 않는다. 중간 불로 2분 정도 가열했으면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불을 끄거나 아주 약하게 줄인다. 잠깐 기다리면 팬 바닥의 기름이 파도처럼 물결무늬가 생기는데, 그 상태에서 1분 정도 그대로 식힌다. 다만, 바닥면이 엠보싱 처리가 된 팬은 기름을 가둬두는 성질 탓에 물결무늬가 잘 보이질 않는데, 대략 1~2분 정도 그냥 둔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한번 가열했다가 식용유까지 두르고 식혔다면 예열이 끝난 거다. 대략 3~5분 정도 소요된다고 보면 된다.
예열을 마치면 다시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고 원하는 온도에서 조리를 시작하면 된다.

유용했던 유튜브 동영상 하나 링크~

내가 정확한 예열 방법을 숙지한 후에 다시 시도한 달걀 프라이가 아래 사진이다.

예열을 제대로 거친 후에 조리한 결과

첫 시도라 모양새가 좀 그렇지만, 안 눌어붙고 잘 됐다는 건 확실하다. 이걸 해본 후에 스텐팬으로도 코팅팬의 거의 모든 것을 대체할 수 있겠다 싶어서 코팅팬을 대체할 2호를 바로 장만했다. ㅎㅎ

2호 30cm 프라이팬

본격 스테인리스 팬의 시대를 열었다. ㅎㅎ

장점

코팅팬은 코팅이 벗겨질까봐 세척에 상당히 소극적이게 된다. 코팅 벗겨진다고 어지간한 건 키친타월로 닦아내고 마니.
반대로 스텐팬은 벗겨질 코팅 따위가 없기 때문에 쓰고 나면 바로 수세미질하면서 물세척한다. 팬을 다룰 때도 코팅 벗겨질 염려가 없으니 마구 휘젓기도 편하고.

이런 취급상의 장점 외에 쓰다 보면서 자연스레 알게 된 장점이 있는데, 이게 참 치명적이다. 앞으로 스텐팬을 계속 써야 할 이유.

바로 음식이 맛있다는 거다. 이게 뭔 풀 뜯어먹는 소리인가 싶겠지만, 코팅팬에서 조리했을 때와의 결과물이 사뭇 다르다. 달걀 프라이 조차도 맛이 다르다는 걸 느꼈는데, 첨엔 눌어붙을까봐 식용유를 더 많이 두른 탓인가 했다.

근데, 간짜장을 만들어보고선 확실한 결론을 얻었다. 코팅팬과는 결과물이 다르다!

집에서 잘 안되는 요리를 가운데 하나가 간짜장이다. 고기를 볶아놓고 거기에 채소를 넣어 볶다보면 채소에서 나온 흥건한 물기로 인해 마치 육수를 따로 넣은거 같은 상태가 되버린다. 특히, 나는 덜 익은 양배추의 풋내가 싫어서 채소가 숨이 죽을 정도로 충분히 볶는 편인데, 이러면 감당 안되는 물기 탓에 간짜장도 아니고 물짜장도 아닌 상태로 끝나게 된다.

난 여태 이게 화력의 차이라고 생각했다. 가스레인지는 화력이 약하니 중국집 화구처럼 이 물기를 날릴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근데, 스텐팬을 써보고 나서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됐다.

물기가 하나도 없는 간짜장

스테인리스 웍으로 조리한 것인데, 채소가 숨이 죽을 정도로 충분히 볶았는데도 물기가 하나도 없다. 바닥엔 기름 밖에 없다는 게 보일 거다. 웍만 바뀌었을 뿐인데, 이런 결과라니 정말 의외였다.

코팅팬의 미스터리

생각지도 않게 멀쩡한 간짜장이 만들어진 이후, 이게 무엇 때문인가 찾아보기 시작했고 여러 썰들을 조합하여 수긍할만한 결론에 도달했다. 바로 그 차이의 코팅의 유무.

코팅팬은 조리하는 음식물이 눌어붙지 않도록 조리도구 표면을 넌스틱 코팅 처리를 한 것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코팅이 조리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넌스틱 코팅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팬의 표면과 무언가가 서로 붙지 않게 밀어내는 역할을 한다. 뭐 여기까진 다 아실 테고. 하여간 이런 밀어내는 성질 탓에 조리도구 표면과 조리되는 음식물 사이의 접촉면이 많이 줄게 된다. 즉, 음식물로 열전달이 제대로 안된다는 거다.

조리할 때, 식용유를 넣으면 식용유가 바닥과 음식물 사이의 간극을 메꿔줘서 열전달엔 문제가 없을 텐데라는 생각도 잠깐 했으나... 코팅된 조리도구는 기름 조차도 밀어내는 탓에 식용유가 있든 없든 열전달이 제대로 안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심지어 재료에서 나온 수분조차도 팬 표면과의 접촉면이 작기 때문에 증발이 그만큼 느렸던 것이다.

그럼 반대로 코팅팬을 센 화력에서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분명 있으리라. 헌데, 코팅팬은 화력을 세게 하면 넌스틱 코팅이 타면서 연기가 나기 시작한다. 이 연기가 매우 안좋다고 하니 코팅팬을 높은 화력에서 쓸 생각은 아예 하지 마시라.

이렇게 코팅팬과 스텐팬에서의 맛 차이가 단순히 심리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
스텐팬에서 스테이크를 구워보면 확실히 코팅팬에서 구웠을 때보다 조리도 빠르고 누린내도 덜난다.

통3중, 통5중, 리벳, 용접?

스테인리스는 열전도가 코팅팬 만큼 빠르지 못하다. 왜냐면 코팅팬은 알루미늄 재질에 넌스틱 코팅을 한 것인데, 알다시피 알루미늄은 금속 가운데서도 열전도율이 꽤 높은 편이다. 알루미늄보다 열전도율이 높은 금속은 구리, 금, 은 이런 정도 밖에 없다.

스테인리스 조리도구는 열 전도율을 높이려고 내부에 알루미늄을 끼워 넣고 압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이러면 알루미늄이 스테인리스의 낮은 열전도율을 보완하게 되니까.

통3중이라는 것은 조리도구 전체가 스테인리스 > 알루미늄 > 스테인리스 이렇게 3겹을 압착했다는 얘기다. 통5중은 스테인리스 > 알루미늄 > 알루미늄 > 알루미늄 > 스테인리스 이렇게 5겹이라는 얘기고. 아마 5중 구성은 성질이 서로 다른 알루미늄 합금 3겹을 넣는 것 같은데, 더 자세히는 찾아보지 않았다.

통3중의 장점은 약간 가볍다는 거. 단점은 5중에 비해 예열이 조금 느리고, 고열에서 변형되기 쉽다는 점이다. 아직 경험해보진 못했으나, 아주 뜨겁게 가열하면 바닥이 볼록하게 솟아오르기도 한단다. 물론 가격은 5중보다 더 싸다.

통5중은 조금 더 무겁고 비싼 대신, 예열이 빠르고 변형이 훨씬 적다고 한다. 웍이나 팬은 손잡이 탓에 오븐에 넣을 일은 없겠지만, 혹시 다른 조리도구 가운데 오븐에 넣을 일이 있겠다 싶으면 변형이 적은 통5중이 적당하지 싶다.

스텐팬의 손잡이는 대부분 리벳(나사처럼 구멍을 뚫어 조여놓은 방식)이나 스팟용접으로 처리된다. 서로 장단점이 있는데, 스팟용접은 팬 내부로 튀어나온 구조물이 없기 때문에 세척이 편하다. 그러나, 내구성이 약할 수도 있어서 크고 무거운 팬은 용접방식을 잘 쓰지 않는다고 한다.

리벳 방식은 스팟용접과는 정반대다. 팬 내부로 튀어나온 리벳 머리가 있기 때문에 세척이 불편하다. 오래 쓰다 보면 기름때까지 끼어서 지저분해 보일 수도 있고. 그러나, 초기 결함만 아니라면 리벳 자체가 파손될 일은 없기 때문에 크고 무거운 팬은 대부분 리벳 방식으로 만든다고 한다.

엠보싱 있고, 없고.

내가 쓰는 웍은 엠보싱 처리된 것이고, 팬은 그렇지 않은 평평한 것이다. 예전에 코팅 프라이팬을 엠보싱 된 것을 썼었는데, 코팅팬의 엠보싱과는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 코팅팬 엠보싱은 달걀 프라이 할 때, 기름이 덜 튀어서 좋았다. 근데, 스텐팬에선 조금 다른 느낌.

일단 엠보싱이 있으면 확실히 초반에 덜 달라붙는다. 물론, 조리물의 표면이 어느 정도 익어버리면 엠보싱이 있던 없던 차이가 없지만.

반대로 단점도 확실하다. 엠보싱이 있으면 조리물이 눌어붙었을 때, 주걱으로 밀어내기가 쉽지 않다. 굴곡진 엠보싱 안쪽으론 주걱이 닿지 않으니까. 평평한 조리면은 주걱으로 눌어붙은 것을 살짝 밀어주면 어느 정도 수습이 되는데, 엠보싱은 이게 안된다.

엠보싱 처리는 장단점이 확실하나, 이것저것 두루두루 쓰기엔 차라리 없는 게 낫다는 결론이다.

불조절

쓰다보면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들이 몇 가지 더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불조절이다.
스텐팬은 불조절을 잘해야 되는데, 충분히 예열을 거쳤더라도 팬 표면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면 눌어붙기 쉽다. 예를 들어, 코팅팬에서 볶음밥을 할 때는 고기, 채소를 볶은 다음에 밥을 넣고 잘 섞어주면 된다.

하지만, 스텐팬에서 똑같이 해보면 밥을 넣는 순간 눌어붙기 십상이다. 밥 자체가 잘 눌어붙기도 하지만, 밥을 한꺼번에 다 넣어버리면 표면 온도가 급히 떨어지면서 더 많이 눌어붙게 된다. 따라서, 코팅팬처럼 한꺼번에 다 넣지말고, 서너번에 걸쳐 나눠서 넣어주고 더 열심히 저어주는 요령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