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팅/하드웨어

브라더 DCP-T520W 복합기 "잘못 샀다"

epician 2022. 3. 19. 21:53

MFC-J430W의 고장

2013.11.03 - 브라더(Brother) 잉크젯 복합기 MFC-J430W

꽤 오래 사용한 MFC-J430W가 고장 났다. 한동안 출력할 일이 없어서 안 쓰고 방치했더니, 블랙잉크의 노즐이 몇 줄 막혔다. 복합기 자체의 청소기능을 수십 번 돌려도 뚫리질 않길래, 과감하게 헤드를 분해하여 청소를 진행했다.

헤드 분해, 조립에 다소 난관이 있었으나, 다행히 막혔던 노즐은 다 뚫렸다. 그 후 한 달 정도 잘 사용했던 것 같다.
그러다, 엊그제 간만에 출력을 하려고 보니, 에러코드 34가 뜨면서 완전히 고장 나고 말았다. 아마, 어설프게 분해하면서 충격이 조금 있었나 보다. 케이블의 접점이 문제인가 싶어서 이전에 분해했었던 케이블을 다시 조립해 봤으나, 결과는 꽝.

이제 보내줘야 할 때가 됐다는 판단에 새 제품을 물색했다.

DCP-T520W 구입, 그러나 엄청난 실수

브라더 DCP-T520W 복합기 (사진출처: 브라더 코리아)

브라더 잉크젯 복합기 가운데 이전에 쓰던 것과 비슷한 모델을 나열해보니, DCP-T420W, DCP-T520W, DCP-T720DW 등이 물망에 올랐다.

가장 저렴한 모델인 420은 복합기 자체에 간단한 정보나 오류 등을 표시해주는 LCD 가 빠져 있어서 탈락. 핸드폰 앱과 연동시키면 에러 정보를 볼 수 있다고는 하는데, 불편함이 너무 크다는 판단에 제외했다.

720 모델은 스캐너에 ADF(자동급지장치)가 달려 있고, 자동양면인쇄가 되는데, 굳이 필요 없는 기능이라 520으로 정했다. 두 모델의 가격차이는 5만원.

느려, 사리 나오게 느려

브라더 잉크젯 복합기는 타사에 비해 잉크를 매우 아낀다. 그래서, 표준모드에서 인쇄를 하면 잉크 사용량이 적은 탓에 색감이 옅다. 이건 고품질 모드로 인쇄하면 극복이 되기 때문에 내게는 큰 문제가 아니다.

잉크 채우고, 첫 인쇄를 한 다음 약간 옅은 브라더 특유의 색감을 확인했다.
그리고, 고품질 모드로 테스트 인쇄를 한 직후, 뭔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이전에 쓰던 제품보다 느려도 너무 느리다. 내 첫 잉크젯 프린터였던 HP Deskjet 500K도 이거보다는 빨랐을 거 같은데?? 라는 의구심이 터져 나왔다.

상세스펙을 찾아보니 아뿔싸... DCP-T520W는 컬러 헤드의 노즐이 70줄 밖에 안된다. 이런 망할..
이전에 쓰던 MFC-J430W도 그렇고, DCP-T720DW 모델도 그렇고, 블랙이던 컬러던 헤드 노즐은 모두 210줄이다. CMY 헤드 3개가 각각 70줄로 1/3토막이 났으니 느릴 수밖에 없다.

상세스펙을 확인 못한 내 잘못이니 어쩌겠나. 이런 써글 ㅠ.ㅠ

구성품

블랙잉크 2개
컬러잉크 C / Y / M 각 1개

블랙잉크는 혜자스럽게 2개가 포함되어 있다. 역시 대인배스런 브라더! (그런데, 컬러헤드 노즐엔 왜 그런 짓을)

순정상태가 무한잉크 시스템이라 잉크 리필은 정품을 쓰던 호환품을 쓰던 상관없다.

초기화

순정상태의 무한잉크 시스템은 처음 써보는 것이라 다소 생소했다. 먼저, 전원을 연결하면 LCD 디스플레이에 잉크를 채우라고 나온다.

잉크를 채우라는 메시지

잉크병이나 탱크는 나름 설계가 잘된 탓에 손에 잉크가 거의 묻지 않은 상태로 채울 수 있었다. 기껏해야 잉크병의 비닐을 떼느라고 미세한 잉크가 몇 방울 주변으로 튄 정도다. 주사기 쓰던 시절에 비하면 정말 엄청난 발전 아니겠는가.

비닐에 밀봉된 잉크병 초기상태
번들잉크 블랙은 108ml 용량
번들잉크 컬러는 각 48.8ml
잉크 채우기

병의 꼭지를 조립하고 저렇게 비스듬하게 끼워 넣으면 알아서 들어가는 방식이다. 따로 눌러줄 필요도 없고, 밖으로 잉크가 튀지도 않는다. 행여 넘칠까 염려할 수도 있겠지만 상한선까지 잉크가 차면 더 이상 들어가지 않으니, 잉크병만 조심스럽게 빼내면 된다.

번들 잉크를 모두 넣으면 탱크가 2/3 정도 찬 상태가 된다

잉크 보충을 마치고 잉크탱크의 도어를 닫으면 약 4분에 걸쳐서 잉크라인을 따라 헤드까지 잉크를 올려 보내는 작업이 진행된다. 그리고, 그게 끝나면 날짜 등을 설정하는 초기설정 과정이 진행된다.

날짜 설정 진행

무선연결 설정은 핸드폰 앱으로

팩스가 없는 모델이라 키패드 입력이 무척 불편하다. 무선(WIFI) 설정은 브라더에서 제공하는 iPrint&Scan 앱으로 진행하는 것이 훨씬 빠르다. 복합기와 핸드폰이 WIFI로 바로 연결되어 설정하는 방식인데, 제품상태를 간략하게 모니터 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하고 나름 편리하다.

결론

출력량이 아무리 적다 하여도 고품질 모드의 컬러 인쇄 속도는 절대 적응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한 달에 한 장을 뽑는 수준이더라도 5만원 더 써서 DCP-720DW 모델을 구입하시라고 강권한다.

p.s: 결국, 이 제품은 얼마 쓰지 못하고, 720 모델로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