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엔 등산을 제법 자주 다녔는데, 대부분 어머니 모시고 효도 산행을 나섰던 터라 후기로 남길만한 사진을 못 찍었다. 광양 백운산 둘레길 1코스도 갔다 왔었고, 지리산 바래봉의 철쭉도 보고 왔는데 산행기를 남길만한 사진이 없다. 어머니 페이스에 맞춰서 느긋하게 걸으며 담소를 나누다 보니, 사진 찍을 타이밍을 못 잡겠...
오래전부터 궁금했던 꽃무릇길
마침 근처에 갈 일이 있어서, 영취산의 여러 길 가운데 딱 한 군데 못 가봤던 꽃무릇길만 얼른 둘러보고 올 요량으로 물 한 병만 간단히 챙겨서 올랐다.

꽃무길 입구라고 마침 안내도에 꽃무릇길만 빨갛게 강조해 놓았다. 흥국사에서 올라가면 영취산 임도와 합류한다.

대략 5km 거리라 2시간이면 끝나겠다고 예상했는데, 돌아온 후의 기록을 보니 1시간 50분 정도 소요됐다. 귀찮은 파리떼에 시달리지만 않았어도 더 빨리 내려올 수도 있었는데...
출발
흥국사 일주문을 지나 경내로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가면 흥국사 경내이고, 왼쪽으로 가면 꽃무릇길 및 등산로 진행 방향이다.

이정표가 워낙 잘되어 있고, 갈림길도 거의 없어서 길찾기는 아주 쉽다.


등산로 초반부는 임도 수준의 너른 길이다. 아마 이쪽 길로는 처음 와보는 듯하다. 기억이 전혀 없다~
백팔돌탑공원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 돌아온 뒤에 검색해 보니, 무려 5년에 걸쳐 만들어 지난 2017년에 준공되었단다.
http://www.yeosu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3168
흥국사 108돌탑공원 준공 '화제' - 여수신문
호국사찰 흥국사에 108개 자연 돌탑이 완성돼 일반인에게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
www.yeosunews.net
조형미나 배치가 좀 아쉽게 한데, 쉽게 보기 힘든 풍경이라 한 번쯤은 눈요기 거리로 볼만하지 않을까 싶다.


위 이정표에서 왼쪽 방향은 꽃무릇길, 오른쪽 방향으로 흥국사로 되돌아가거나, 영취산 봉우재 방향으로 오를 수 있다.

길 옆으로 사진이 걸려 있는 걸 보니, 여기가 꽃무릇 군락지 아닌가 싶다. 물론, 아직은 꽃필 시기가 아니라 대충 둘러봐도 무엇이 꽃무릇인지 모르겠더라. 꽃무릇의 개화시기는 가을인 9월 무렵이다.
눈초파리
계곡을 끼고 있는 습한 산행지의 불청객 눈초파리가 여기도 아주 난리다. 오랜만이라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파리떼가 어찌나 귀찮게 하는지 미치는 줄...
그래서, 봄, 여름 시즌에 여기 오실 분들은 등산스틱 대신 성능 좋은 전기파리채나 휘저어서 파리를 쫓을 수 있는 부채라도 하나 들고 가시는 걸 권해드린다. 등산로의 경사가 아주 완만하고 정비상태도 훌륭해서 스틱은 굳이 필요 없지 싶다.
아, 안경이나 선글라스 꼭 쓰시고! 눈초파리가 눈에 들어가면 안충(기생충)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행여 눈에 눈초파리가 들어갔다면 바로 씻어내주는 게 좋다.

엊그제 비가 많이 내린 덕에 산중개울에도 물 쏟아지는 소리가 세차다. 높은 습도 탓에 파리들이 살판이 낫는지, 오랜만에 만난 고객님에 지나치게 흥분했는지 파리떼들이 아주 극성이다.
등산로 정비상태는 아주 훌륭!
거의 국립공원급 정비상태 아닌가 싶다. 경사도 완만하고, 노면 정비도 훌륭하여 걷는 내내 큰 불편함은 없었다.

높이 오를수록 길이 좁아져 마지막 구간에선 한 명 걸으면 꽉 차는 오솔길로 바뀐다. 물론, 정비상태는 계속 훌륭하다. 반바지 입고 걸어도 불편함은 별로 없다.

올라오는 내내 크게 가파른 구간은 없었는데, 눈앞에 계단이 보인다.

이렇게 울타리와 계단으로 정비된 마지막 구간이 약간 가파른데, 이런 안전시설 덕에 오르기는 아주 편했다.
임도

계단 끝으로 이정표가 보이고, 이 지점에서 영취산 임도와 합류한다.


MTB를 접은 후로, 정말 오랜만에 여기 임도를 다시 와본다.

우뚝 솟은 모습을 장애물 없이 볼 수 있어 그런지, 영취산은 이렇게 뒤에서 보는 모습이 훨씬 높게 느껴진다.
임도에 합류하기 전까지, 숲 안쪽을 걸을 때는 바람이 없어서 한 여름 느낌이었는데, 임도로 나오니 사방에서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댄다. 다행히 아직까진 봄이구나.
느긋한 걸음으로 봉우재를 향해 걸었다.
봉우재

말안장처럼 움푹 파인 곳이 봉우재다. 그러고 보니 봉우재도 참 오랜만이네.

자전거 타고 올라올 때는 여기서 항상 쉬었는데, 오늘은 느긋하게 걸어서 올라온 탓에 바로 하산한다.
흥국사 방향으로 하산
봉우재에서 바로 흥국사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여러 번 와봤던 길이라 하나하나 다 기억날 줄 알았는데, 방향만 대강 기억나고 나머지는 아주 생소하다. ㅎㅎ

봉우재에서 흥국사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도 완만하고 정비상태도 아주 훌륭하다. 원래도 좋았던 길로 기억하고 있는데, 최근에 정비를 다시 했는지 국립공원급으로 훌륭해졌다.

저 돌다리를 보자마자, 저게 예전에도 있었던가 싶은 의문이 든다.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아까 위쪽에선 예전보다 길이 좋아진 것도 같긴 한데, 확실한 기억이 없어서 긴가민가 했다. 헌데, 여길 지나면서 확신했다. 돌탑공원을 만들 때, 등산로도 함께 정비했나 보다. 어지간한 국립공원보다 더 좋다!
다시 흥국사

위 갈림길에서 오른쪽 다리를 건너면 출발했던 길과 만나고, 왼쪽으로 가면 흥국사로 바로 갈 수 있다. 왼쪽길로 진행해서 흥국사로 내려갔다.

그러고 보니 흥국사 경내에 들어와 본 것도 참 오랜만이지 싶다. 평일 낮시간이라 아주 한적했다.

소감
전날 문득 꽃무릇길이 궁금해져서 간단히 챙겨 나섰는데, 한 바퀴 돌아본 결과, 아주 마음에 든다. 가을에 꽃 필 시기에 누구든 구경오기 편할 정도로 완만하고, 등산로 정비상태 또한 훌륭하다. 영취산 이곳저곳으로 연계하기도 좋아서 혹시 영취산 산행을 계획 중이라면 꽃무릇길을 넣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잊고 살지 않으면, 꽃 필 시기에 다시 한번 오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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