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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보성 오봉산 3코스 "가성비 甲, 작지만 알차네"

by epician 2026. 6. 18.

어떤 곳은 가볼까 마음을 먹었다가, 여건이 안 맞아서 한참 뒤에야 혹은 영영 못 가보는 경우도 있다. 보성 오봉산은 우연찮게 알게 됐는데, 마침 그즈음 광주에 다녀올 일정이 생겨 광주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들르게 됐다.

짧게 도는 3코스

OSM 지도를 보며 코스를 구상했는데, 마침 그게 안내도에 표시된 3코스하고 같다.

등산 안내도

3코스는 안쪽 칼바위 주차장에서 출발해서 칼바위 → 오봉산 정상 → 용추폭포를 거쳐 원점 회귀하는 코스로 약 5km에 2시간 소요됐다.

등산 경로

칼바위까지 오르는 길에 경사가 살짝 심한 구간이 있긴 한데, 짧아서 크게 무리가 되진 않았다. 전반적으로 초급자도 편히 오를 수 있게 편안한 길이 대부분이다.

출발

안쪽 소형 주차장

화장실이 갖춰진 작은 주차장이 있다. 이곳 명칭은 칼바위주차장(전남 보성군 득량면 해평리 산 76-2)이고 오래전부터 있던 곳 같다. 최근에 바깥쪽 (해평저수지 아래)에 넓은 주차장(전남 보성군 득량면 해평리 1097)이 하나 더 생겼다. 

주차장에서 출발하면 왼편으로 칼바위로 오를 수 있는 출입구가 보인다.

칼바위 등로 기점

포장된 도로를 따라가면 이번 산행에서 내려오는 길인 용추폭포 방향이다.

용추폭포 방향

전구간 정비가 잘 되어 있어서 반바지로 무리 없이 다닐 수 있었다. 칼바위로 올라가는 구간은 특이하게 계단은 별로 없고 대부분 야자매트가 깔려 있다.

딱 하나 하자라면, 여기도 눈초파리가 굉장히 많았다. 중턱까지 올라가면  파리가 사라지는데 아래쪽은 정말 오지게 달라든다.

등산로 초입 (칼바위 방향)
야자매트가 깔린 등산로

경사가 살짝 높은 구간도 대부분 이런 구성이라 올라가는 길에 발목이 꺾여 살짝 불편한 감도 있다.

담벼락처럼 쌓아둔 돌

이 산엔 온돌 구들장으로 쓰이던 넓적한 모양의 돌이 많단다. 그런 돌을 모아서 길 옆으로 예쁜 돌담을 쌓았다.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라 참 아름답게 다가왔다.

풍혈

돌탑과 풍혈지

오봉산에서 만난 첫번째 돌탑에 놀라고, 그 옆의 풍혈에 다시 한번 놀랐다.

풍혈지 안내판
첫 번째 풍혈

신기하게 저 구멍에서 에어컨처럼 찬 바람이 잔뜩 쏟아진다. 예전에 다큐멘터리에서 봤던가, 지리교과서에서 봤던가? 기억이 확실하진 않으나, 풍혈은 깊은 너덜지대 아래에 갇힌 공기가 외부 공기와 온도차에 의해 빠져나온다고 알고 있다. 등산 다니며 풍혈 비슷한 곳을 몇 번 만나긴 했지만, 에어컨처럼 찬 바람이 쏟아지는 곳은 여기가 처음이다.

풍혈 안쪽

풍혈 안쪽을 들여다 보니 흙이 다져져 있다. 아마 짐승들이 들락거리나 보다.

돌탑

오봉산은 특이하게 산 안쪽에 들어와야 아기자기한 암릉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바위산들은 밖에서 보는 모습부터 압도적인데, 오봉산은 그 반대로 바깥에서 보면 흔한 동네 뒷산.

용암이 식은 질감의 오봉산 암릉

그리고, 또 하나 놀라운 게 산 여기저기에 산재한 돌탑이다. 주변에 널린 구들장돌을 오가는 사람이 하나씩 쌓아서 생긴 거란다. 그런 것 치고는 꽤 정교해서 다시 한번 놀란다.

오봉산 돌탑군

아래쪽에 기단까지 갖춰진 걸 보면, 여러 사람이 쌓았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다. 동네 뒷산에서 보던 일반적인 돌탑과는 비교가 어렵다. 이건 정말 상업적인 수준 ㅎㅎ

오봉산 돌탑군

배치도 나름 괜찮다. 볼 수록 놀랍네.

칼바위

칼바위 삼거리

칼바위를 향해서 오르다보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무조건 오른쪽으로 (가파른 길) 가자. 말만 그렇지 평소 등산하던 사람에겐 계단으로 잘 정비된 편안한 길이다.

칼바위 모서리

삼거리에서 몇 걸음 올라온 것 같지도 않은데, 칼바위 모서리로 추정되는 것이 보여 놀랐다. 이렇게 가깝단 말인가 ㅎㅎ

조망터

이정표 방향으로 직진하면 칼바위인데, 우측의 넓은 바위를 타고 몇 걸음 나가면 확 트인 전망이 들어온다.

바위에서의 조망 (해평저수지 방향)
칼바위 아래

칼바위 안쪽으로 들어가보면 꽤 넓은 공간이 나온다. 아마 큰 바위가 쪼개지면서 생긴 공간이 아닐까 싶다.

칼바위 안쪽 공간
안쪽에서 올려다 본 칼바위

칼바위를 돌아나오면 뒤편에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칼바위 안내판

여기에도 원효대사 전설이.. ㅎㅎㅎㅎ 얼마나 바쁘게 사셨길래 가는 곳마다 그 이름이 남지 않은 곳이 없다.

칼바위를 지나는 길에서 본 암릉

칼바위뿐만 아니라 주변에 볼만한 암릉들이 많다. 전혀 기대치 않았는데, 바위 구경하는 재미가 꽤 좋다.

칼바위

칼바위를 살짝 지나오면 전망대가 있는데, 거기서 보면 칼바위가 이런 모습이다. 칼보다는 맹금류 부리 같은 느낌.

정상부 능선

칼바위 전망대를 지나오면 바로 반대편으로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오는데, 높이 자란 나무 탓에 시야가 나오질 않았다. 전망대 만든 지는 얼마 되지 않을 것 같은데, 왜 이럴까 싶은 의문이 남는다.

시야가 나오지 않았던 전망대

다행히 바로 옆에 전망대가 하나 더 있는데, 거긴 정말 훤한 전망이 펼쳐진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풍경 (고흥 방향)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풍경 (고흥 방향)

넓은 남해 바다 너머로 고흥의 산야가 펼쳐진다.

재밌게도, 오봉산 정상부 능선길이 꽤 길고 걷기도 편한다. 칼바위를 지나면서부터 내리막길이 한참 나오길래 오르락내리락 고생 좀 하겠구나 싶었지만, 예상을 깨고 어렵지 않은 길만 쭈욱 이어졌다. 걷는 내내 즐겁다.

능선길로 내려가는 구간
오봉산 능선길
능선길에서 본 해평저수지
오봉산 능선길

두 번째, 세 번째 풍혈

풍혈 안내판

오봉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던 중에 멀리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뭔가 했더니, 풍혈 안내판이다.

두 번째 풍혈

첫 번째 풍혈보다는 약하긴 하지만 여기도 찬바람이 제법이 나온다. 바람이 살짝 불었던 덕인지, 차갑다고 바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찬바람이 새어 나온다.

세 번째 풍혈

세 번째 풍혈은 두 번째와 가까운데, 여긴 찬바람 나오는 건 약한데, 대신 그 주변이 냉기로 가득했다. 잠깐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식을 정도로 주변에 냉기가 가득하다.

세 번째 풍혈

속았네

위험구간 안내판

우회하라는 안내판을 따라서 왼쪽으로 진행했으나, 길이 묵어 있다. 여기로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의미.

묵어 있는 등산로

길 윤곽이 또렷하지 않았으나, 나뭇가지에 달린 리본을 보고 방향을 잡았다.

산악회 리본

감사합니다. 부산매봉산악회 회원님! ㅎㅎ

근데, 우회로를 따라 올라오고 보니 올라왔던 길이 그렇게 높지 않다는 느낌이다. 아까 위험하다는 구간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여 반대로 잠깐 걸어봤다.

위험하다고 우회하라던 구간

헐, 이렇게 황당할 수가... 몇 걸음 되지도 않는다. 아까 안내판에서 올려다 보인 구간이 전부다. 그 뒤로 절벽이라도 타는 줄 알았건만 그런 건 없었다.

그냥 로프구간으로 올려와서 로프가 끝날 때 즈음, 왼쪽으로 빠져나가면 된다.

로프가 끝나는 지점에서 좌측으로 탈출

오봉산 정상부

돌담길

산중에서 이런 돌담길 보기가 쉽지 않은데, 참 인상적인 경험이긴 하다. 이런 경험 덕에 산은 작지만 매력이 넘치지 않나 싶다.

정상부 부근에서 본 풍경 (해평저수지 방향)
정상부 돌탑
정상부 돌탑

돌탑의 구멍 너머로 보이는 것이 남근바위란다.

남근바위
정상부
오봉산 정상석

해발 343m로 높지 않은 산이라 올라오는 길이 어렵지 않은데, 산에서 경험한 것들은 되게 인상적이다. 여러 모양의 바위며, 풍혈이며, 동화의 한 페이지 같았던 돌담길까지.

오봉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풍경 (고흥 방향)
오봉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모습 (벌교 방향)

처음 와보는 곳이라 바라보는 곳이 어디인지 바로 알기 어렵다. 저기가 어디던가 싶어 한참을 바라봐도 긴가민가 할 뿐.

하산

정상부에서 하산하는 길

내려가는 길 역시 정비 상태가 아주 훌륭하다. 걷기 편한 계단에, 야자매트에, 대부분 경사도 완만하다.

오봉산성 이정표

오봉산성이라는 이정표를 보니 이 근처에 산성이 있었나 보다. 현재는 등산로에서 산성으로 추정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아까 올라왔던 길에 봤던 돌탑의 기단이 그 흔적이었을까?

야자매트가 깔린 하산길

정상에서 용추폭포까지는 800m 남짓 아주 가까운 거리다.

용추폭포

내려가던 길에 물소리인지, 바람소리인지 명확히 구분하지 못할 소리가 들린다. 곧 나타난 전망대에서 보니 가려진 나뭇잎 사이로 용추폭포가 살짝 보인다.

나뭇잎 사이로 겨우 보이는 용추폭포
협곡 느낌의 하산 방향

용추폭포로 가는 길에 협곡 모양새의 하산길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 작은 산에서 참 다양한 경험을 하는구나.

용추폭포 첫 대면

내려가는 길에서 본 용추폭포의 모습이다. 협곡 사이에 자리 잡은 작은 폭포인데, 그 모양새가 범상치 않다.

용추폭포

비가 많이 내렸던 것 같진 않은데, 그래도 물이 조금 흐르긴 한다. 협곡 사이에 자리 잡은 탓인지 묘한 기운이 느껴져 좀 위축되는 느낌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누군가 구석에 초를 켜놨다.

폭포 틈새에 켜 놓은 초

이러든 저러든 다 좋은데, 촛농 하나 남지 않게 뒤처리 깔끔하게 해주셨으면 싶다.

용추폭포

한참 둘러보며 사진도 남기고 자리를 떴다.

용추폭포에서 주차장 방향으로 가는 길

용추폭포를 지나 주차장 방향으로 가는 길은 계곡을 끼고 가는 아주 완만한 경사의 길이다.

길 건너의 돌탑

길 건너로 돌탑이 보이는데, 저쪽 방향도 등산로가 있나 싶은 궁금증이 생긴다.

쉬나무 (추정)

내려오는 길에 팝콘 같은 꽃을 잔뜩 맺은 나무를 봤다. 흰나비도 날아다니고, 그윽한 향기가 어찌나 고급지던지. 돌아와서 찾아보니 쉬나무가 아닌가 싶은데, 정확하진 않다. 어쨌든 산에서 경험한 꽃향기 가운데 최상급으로 꼽을만한 경험이었다.

하산길 조망

협곡을 따라 난 작은 오솔길 옆으로 커다란 돌탑이 즐비하다. 동화 같았던 그 풍경.

도착

임도처럼 너른 길 시작

나무다리를 건너면 임도처럼 너른 길이 나타나고, 곧 출발했던 주차장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잠시 잊고 있었던 파리떼의 습격. 이 구간이 습하고 그늘져 파리가 가장 많았던 거 같다. 전화 받으려고 잠깐 멈추니 파리떼가 새까맣게 몰려든다.

주차장 부근

3시간의 짧은 산행이라 물 한병, 탄산음료 하나 챙겨서 가볍게 돌았다. 산이 아기자기해서 여러 재미도 있고, 크게 힘들지 않았다. 보통 등산을 마치면 피곤해서 운전하기가 부담스러운데, 오봉산 3코스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산은 작지만 뭐 하나 흠잡을 곳 없을 정도로 모든 게 완벽하다. 풍경이며, 돌탑이며, 신기한 경험이었던 풍혈까지.

다음엔 5~6시간 걸리는 코스로 길게 잡아서 다시 한번 와볼까 싶다.
큰 기대가 없었던 탓인지, 오봉산의 매력이 상당하다!